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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18 냄새
일상 / 넋두리2014. 3. 18. 15:05
가장 가까이 있지만 나는 느끼지 못하는 내모습.
바로 냄새입니다. 

 중학생 때 1년에 한 번씩 우리네 글들을 모아서 책이 만들어 진 적이 있습니다. 모두의 글들을 담을 수는 없기에 국어 선생님께서는 몇 몇개의 글들을 추리고 또 추려서 책에 담을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국어선생님께 패스되면 선생님께서 직접 그 글을 읽어주셨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친구의 글 제목이 "냄새" 입니다.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갈 때, 방에 들어갈 때 나는 "냄새" 에 대해서 쓴 글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관찰을 할 수 있었는지, 그런 글을 쓸 수 있었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가끔 지나가다 냄새가 강한 사람을 만나거나, 내 몸에 냄새가 날 때면 그 친구를 떠올리곤 합니다. 

 각설하고, 
냄새는 우리 몸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성을 유혹하는 무기가 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멀리하게 하는 짐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유난히 냄새에 좀 민감했습니다. 왜 그런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같이 운동을 했는데 내 몸에서는 땀냄새가 나고 친구몸에서는 향기로운 냄새가 나서 사람 몸에 깊게 베인 냄새는 잘 지워지지 않는구나 하는 걸 깨달았을 때 부터 였던 것 같습니다. 그 때부터 몸도 잘 씻고 커서는 향수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게 내 몸에 나는 냄새가 나는 좋지 않을 때가 많은데 이성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물론, 심각한 땀냄새, 발냄새라면 저나 이성이나 별로겠지만 적당한 양의 내 몸냄새는 상대를 자극하는 도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제가 평소에도 자주 향수를 뿌리고 다녀서 그랬을 수도 있구요. 
 아직도 기억이 나는게 여자친구가 집에 들어가면 문자로 " 내 손에 아직도 오빠 향기가 남아있어" 라고 했던겁니다. 향수를 뿌리면 주로 손목이나 목에 뿌리는데 하루종일 손을 잡고 있으니 그 냄새가 여자친구 손에도 옮겨졌던 겁니다. 왠지 그 문자가 기분이 좋았습니다. 내 체취가 내 아이덴티티가 상대에게 잔상이 되어 계속 남아 있다는 기분이 묘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제는 보슬비가 내렸었습니다. 가방에 우산이 있었지만 후드집업을 입고 있어서 모자를 머리에 쓰고 가면 집에 가는 동안은 비를 많이 맞지 않겠다 싶어 그냥 비를 맞으며 집에 갔습니다. 집에 들어와 젖은 옷을 정리하는데 평소에는 나지 않던 강한 안좋은 냄새가 났습니다. 땀냄새가 그동안 잘도 숨어있다가 비가 오니까 밖으로 모두 구경을 나온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 담배를 피고 만원 버스를 탔을 때도 그랬습니다. 술을 많이 먹었을 때도 그랬습니다. 그렇게  내 몸에 남들이 싫어하는 냄새가 나니까 스스로 자신감도 없어지고 남에게 다가가기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냄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냄새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누군가에게는 참 좋을수도, 누군가에게는 참 안 좋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냄새는 나를 표현하는 매력입니다. 남에게 좋은 냄새를 더 많이 내 속에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Posted by 치질걸린암소